리더에서 매니저로, 다시 리더가 되었다가 매니저로…
여러 번 포지션을 바꿔본 경험으로 쓴 글입니다. 이 글을 쓴 이후 전, 몇 년간의 컨설턴트 경력을 뒤로 하고 다시 조직을 맡게 되었고, 여전히 이 때의 생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런 저에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계속, 둘 다가 되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일할 때, 그리고 한국 돌아와서도
'리더'라는 타이틀과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둘 다 가져본 적이 있다.
지금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데, 순서를 보면 아래와 같은, 제법 희귀한 케이스다.
리더(동남아) → 매니저(동남아) → 리더(한국) → 매니저(한국) → 컨설턴트(한국)
동남아에서는 '팀장', '본부장', '부문장'같은 직급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고
'리더'로 일하다가 승진을 하게 되면서 '매니저' 타이틀을 받은 것이었는데
회사도 두 개념에 관한 아주 명쾌한 정의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너는 여태까지는 리더였지만, 이제부터는 매니저라고. 그러니 이렇게 이렇게 다르게 일해야 돼!"
같은 걸 못 들었으니까 말이다.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이지만,
세상만사 곱게 넘어가지 않는 난, 당연한 의문이 들었다.
"리더는 뭐고, 매니저는 뭐지? 어떻게 다른 걸까"
찾아보니 여러 정의가 있던데 보자마자 딱 와닿던 설명은,
"리더leader는 리딩leading하는 사람이고, 매니저manager는 관리managing하는 사람이다"였다.
비전을 보여주고 방향을 잡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게 리더,
조직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구조를 짜고 운영하는 사람이 매니저라는 말이다.
이렇게 보니 이해가 갔다.
리더일 때 나는 여러 프로젝트를 앞장서서 끌고 나가며 성공시켜야 하는 사람이었다.
매니저일 때 내 역할은 더 넓은 영역을, 더 많은 사람들을 잘 관리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회사가 나름 합리적으로 타이틀을 준 것이구나 고개 끄덕이며 관련 글들을 좀 더 찾아보니
제법 일관된 주장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린 매니저가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한다."
여러 자기계발서나 리더십을 다루는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돌격'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따르라'고 먼저 진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고 비전을 제시해주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런 말들이었다.
다 좋은 말들이긴 한데, 살포시 반감이 들었다.
전쟁에서 장수가 후방 막사에만 틀어박혀 지도만 보고 있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지만
그렇다고 병참이니 훈련이니 편제니 다 팽개치고 전방에서 장팔사모만 휘두른다고 승리를 가져올 순 없다.
회사에는 비전과 꿈을 얘기하고 중요한 순간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주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사람과 예산과 일정, 그리고 하루에도 여기저기서 수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러면 난 어땠을까?
돌아보니 난, 리더로 일할 때나 매니저로 일할 때나
전방에서 장팔사모를 휘두르는 타입이었다.
문제가 터지면 해결책을 만들어서 보고하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문제해결 미팅을 셋업하고 진행했다.
높은 분에게 보고할 일이 있으면 자료를 만들어오라고 시키기보다는
내가 주도하며 만들었다. 높은 분과 얘기한 적도 없는 멤버들이 무슨 수로
그분의 마음을 짐작하며 자료를 만들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범한 미팅도 그냥 뒷자리에 앉아서 얘기만 듣다가 결정만 내리기보다는
웬만하면 스크린 앞에 서서 적극적으로 말하고 토론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네가 그렇게 일하면 멤버들 개발이 안 된다"는 잔소리를
여러 번 들었으나 아직까지도 내가 틀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까 리더와 매니저의 정의에 따르면
나는 그냥 '리더'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거다.
물론 이게 심해져서 리더가 멤버들의 업무를 대신하게 되고
멤버들이 태만해지면 역효과가 나겠지만
다행인지 나와 함께 일했던 팀들은 그러지 않았다.
내가 치고 나가면, 옆에 바싹 다가와 같이 창을 휘두르는 이들이었는데,
조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알고 있다.
나중에 그런 이들과 일하게 되면 나의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결국 타이틀이 중요한 게 아니다.
타이틀이 뭐냐와 상관없이
조직의 성과를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이 리더이자 매니저이다.
때로는 비전과 미션을 그리고,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후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때로는 '내가 먼저 간다' 외치며 앞으로 치닫고,
때로는 멤버들을 위로하고 케어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둘 사이의 비중을 조율하더라도
두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다 해내야만 한다.
돌아보면 난 리더로서도 매니저로서도 아쉬운 게 많았지만,
그래도 지향점 하나만큼은 명확히 해놓고 가자.
리더이자 매니저, 둘 다가 되어야 한다.
[2022년 1월 2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