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닷컴.
자기 이름 뒤에 닷컴을 붙이는 거, 지금 보니 매우 촌스럽다. 그야말로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의 감성이다.
당연한 거다. 이 홈페이지는 그야말로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이 불었을 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때는 2003년 2학기, 가벼운 교양수업으로 컴퓨터 관련 강좌를 수강하던 나는 학기 말까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라는 과제를 받게 된다. 아직 싸이월드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기 전이라 개인 홈페이지가 나름 유행했었기에 아주 뜬금없는 숙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함께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모두 각자 마음에 드는 이름(도메인)과 주제로 홈페이지를 하나씩 만들게 됐다. 당시 난 별도로 쓰고 있던 영화감상문이 꽤 많아서 그걸 옮겨 넣는 것으로 컨텐츠를 채웠고, 닷컴이 인기인 시대이다 보니 문성닷컴을 도메인을 정했다.
그때, HTML을 공부하며 많이들 쓰던 '나모 웹에디터'로 만든 것이 아래의 홈페이지다. 매우 촌스럽고, 이름 사이에 별을 넣은 것은 지금 봐도 좀 부끄럽다.
이후 아래 사진처럼 몇 번의 진화를 거쳤는데, 2005~2007년도가 나름의 황금기였다. 글도 정말 많이 썼고,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했다.
영화 감상문 수백 편에다가, 소설, 시, 노래 작사까지 해서 올리고 디카도 유행하던 시기라 거의 매일 사진 한 장씩 올리기도 했었다. 지금 읽어보면 과장스러운 표현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글 쓰는 게 즐거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후 이 사이트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나도 지인들도 점점 삶에 바빠지는데다가 내가 지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20대에 그렇게나 다채롭던 관계들은 하나씩 끊어졌다. 오프라인에서 만나질 못하니 온라인상에서의 관계도 당연히 미약해질 수밖에. 방문자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인스타도 안 하고 오직 여기에만 글을 쓴 것도, 그리고 2010년에 해외로 나가버린 것도 일조했을 것이다.
이후 몇 번 디자인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소용은 없었고 몇 백씩 나오던 조회수는 글에 따라 20개 안팎까지도 떨어졌다.
이 정도면 전형적인 개인 홈페이지의 쇠락 이야기이다. 그냥 문 닫는 게 답이었다.
도메인도 호스팅도 다 돈을 내는 것이고 여기 올린 글들이 1분 만에 휙 쓰는 게 아니라 나름 시간도 노력도 들어가는 편이었으니, 내가 회사에서 그렇게 따지는 효율을 볼 때 이건 폐기해야 마땅한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관둘지 말지 수십 번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계속 돈을 내고, 글을 쓰며 유지해왔다. 누가 오든 말든,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누가 보든 말든 글을 올리고 있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였다.
일기는 매일 쓰고 있지만 그건 나만 보는 글이고, 여기 쓰는 글은 몇 명 안 되더라도 남이 보는 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정성스럽게 글을 쓰게 되니 내게는 의미가 컸다.
그런 글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쓰면 다 해결될 일이지만, 오랜 시간 정이 붙은 이 공간이 좋았다. 플랫폼의 유행과 상관 없이 계속 같은 자리에 있어주는 이 작은 공간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십 수년을 더 운영해오다가, 보시다시피 2026년 들어 문성닷컴을 크게 바꿔보고 있다.
이미 게시판 구석으로 넘어가버려 나도 방문하는 사람도 절대 다시 볼 일이 없던, 정말 공들여 썼던 아끼는 글들을 다시 건져올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를 만든 하나하나의 점과 같은 글들을 다시 더듬어보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굵직한 선으로 잇고 싶었기 때문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더 적은 이 시점에서 내가 죽었을 때 유언처럼 남길 만한 글들을 추려 뽑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게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2003년 스물다섯 살 때는 그저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시작하였지만, 2026년 마흔여덟 살 때는 뚜렷한 목적과 나름의 사명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점이 차이점이겠지.
참,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 있다.
나는 나와 내 주변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여전히 즐겁다.
[2026년 2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