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효과적인 엘리베이터 탑승법

오래전 대만에서 오퍼레이션 컨설팅 업무를 할 때 문성닷컴에 올린 글입니다. 저 때는 길을 걷거나 밥을 먹을 때도 '비효율적인 행위'들이 눈에 들어왔더랬죠. 요즘은 엘리베이터가 많이 개선되어 버튼 인식 속도도 빨라졌고,사용자 편의성에 따른 버튼 디자인으로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사회가 좀 더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지금 머무는 호텔방은 29층에 위치해 있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오려면 중간에 한 번씩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최소 네 번, 많으면 열 번 이상 엘리베이터를 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는데, 엘리베이터 내에서 버튼을 누르는 행위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대략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었다.
#1. 닫힘 버튼을 먼저 누른 후 목적층 버튼을 찾아 누르는 사람 - 약 30% #2. 목적층 버튼을 먼저 누른 후 닫힘 버튼을 누르는 사람 - 약 30% #3. 더듬거리다가 두 버튼 중 눈에 잘 보이는 버튼을 먼저 누르는 사람 - 약 40%
어디까지나 눈대중에 따른 것이고,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매일 드나드는 아파트나 사무실 엘리베이터는 비중이 분명 다를 것이다.
어쨌거나, 최적화를 통해 효율을 올리는 컨설팅을 하는 나로서는 이 행태가 무척이나 답답하다. 왜인지 좀 설명해 보겠다.
첫째. 상기한 세 가지 방법 중에 무엇이 더 효율적일까?
답은 1번이다. 닫힘 버튼을 먼저 눌러야 한다. 1번으로 하면, 닫힘 버튼을 누른 뒤 엘리베이터가 이를 인식하여 실제 문을 닫는 몇 초 동안 목적층 버튼을 찾아 누를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는 문 닫는 행위를 종료하자마자 바로 목적층으로 출발할 수 있다. 즉, 하나의 작업이 진행되는 중에 다른 작업의 준비가 마쳐지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
하지만 목적층 버튼을 먼저 누른 다음에 닫힘 버튼을 누른다면 (상기 2번) 닫힘 버튼을 누른 다음 엘리베이터가 이를 인식하기까지의 시간은 일종의 낭비가 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위의 파워포인트로 그린 그림에서 ‘시간 차이’로 표기한 부분만큼 늦어지게 되는데, 이 간극은 내가 지내는 호텔의 경우, 대충 속으로 세어보니 약 3초 정도 된다.
물론 2번에서 빛의 속도로 두 버튼을 연달아 누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마 대부분의 엘리베이터는 이 빠른 움직임을 소화하지 못해 멍하게 있을 것이고, 빛의 속도로 버튼을 빨리 누른다는 가정은 1번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한쪽 옵션에만 반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 타면 우선은 최대한 빨리 닫힘 버튼을 누르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70%의 사람들은 그리 하지 않더라.
아. 3번은 더 설명할 것도 없이 비효율적이다. 무엇을 먼저 누를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낭비이기 때문이다.엘리베이터에 들어가면, 생각할 것 없이 닫힘 버튼부터 찾는 게 정답이다.
둘째. 호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누르는 버튼은 압도적으로 닫힘 버튼과 1층(또는 로비층) 버튼이다. 호텔에 따라 조식 식당이 있는 층을 많이 누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역시 앞의 두 경우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이 두 버튼을 최대한 빠르게 찾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내가 가는 호텔들과 건물들은 모두 버튼들의 크기가 똑같고 모양도 똑같다. 버튼들의 위치마저 엘리베이터에 따라 위치가 제각각이라 낯선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몇 초씩 헤매게 된다. 이 역시 참 비효율적인 일이다.
호텔은, 아니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 모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닫힘 버튼과 머리통만 한 1층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모양을 다르게 하거나 반짝거리게 만드는 것도 좋다. 닫힘 버튼만큼은 자동차 페달처럼 밟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양손에 짐이 있는 경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자면 버튼 배치를 위 그림처럼 하자는 말인데, 여기서 덤으로 모든 엘리베이터가 모종의 합의 하에 모두 오른쪽 그림처럼 닫힘 버튼을 최하단에 단독으로 배치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건물에 들어가든 삽시간에 닫힘 버튼을 찾아 누를 것이다. 목적층 버튼은 상기 1번 방식에 따라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동안 찾으면 될 테고.
와, 이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들의 효율적인 움직임이 호텔 관리자 입장에서 중요한 성과 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떠나 사람들을 대기 없이 빨리 움직이게 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쁜 일은 아닐 테다.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3초를 세이빙하고, 나아가 이런 것들을 삶 곳곳에 적용한다면 우린 너끈히 하루 수십 분의 가용 시간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만큼 우린 하루를 더 값지게 살 수도 있겠지.
그런데,
3초라도 아끼자면서 난 왜 이리 하잘 데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걸까.
[2010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