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문제에 부딪칩니다. 고민 끝에 해결하기도 하고 실패할 때도 많습니다. 이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익숙해지기도 합니다만, 마주치는 문제들도 같이 커지네요.
복통이든 실적이든 오늘도 또 문제 속으로 들어갑니다.
속이 계속 아팠다. 몇 달째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되었다. 매일 아침이면 쥐어짜는 듯 아프곤 했다.
위장 내시경은 작년에 받았으니 늘 겪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문제일 테고, 병원 또 가봤자 "음식 조심 하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따라할 수 없는 지침을 들을 게 분명해서 그냥 참고 살았는데, 불편함이 하루도 쉼 없이 매일 이어지고 가끔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파오니 기력도 없고 급기야 우울해지기까지 하더라.
그러다 문득, 이거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뭐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인터넷 서점에서 복통과 관련된 책을 세 권 사서 빠르게 읽고 핵심을 정리했다.
매일 매끼니마다 무엇을 먹었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기 시작했고,
빵/탄산음료/매운음식/우유/커피/튀긴 음식 등 의심되는 음식 섭취 여부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속 상태를 '아주 좋음'에서 '아주 나쁨'까지 5단계로 구분해서 아침마다 점수를 매겼다.
이 시스템이 갖춰진 후 한두 개씩 테스트를 해보기 시작했는데,
예컨대 불용성 식이섬유인 브로콜리를 먹으면 복통이 올까 안 올까, 식이었다.
그야말로 회사일 하듯 문제에 접근한 것이다.
이론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운 후, 검정하기의 연속.
이렇게 몇 주를 하루도 빠짐 없이 시스템을 돌려보니 뚜렷하게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 나왔다. 무엇을 끊어야 되고 무엇을 절제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노력의 결과로 속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테스트에 따라 확 안 좋아지는 날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속을 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건강에 있어 함부로 자신감을 가지는 일은 위험하지만 적어도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게 된 것은 큰 결실이다.
아니 것보다, 그냥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던 문제에 도전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 더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문제 없는 인생은 없다. 직장 생활도 늘 문제의 연속이고, 그 중에는 잘 풀리지 않는 난제도 많다.
하지만 마냥 문제를 끌어안고 괴로워하고 매일 한탄하고 한숨 쉬기보다 차분히 문제 속으로 들어가 보면 건드려 볼 만한 부분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막막한 문제도 막상 컴퓨터 열어 로직 트리라도 한 번 그려보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미세한 틈 몇 개는 보이더라고.
물론 아무리 고민해봐도 캄캄하고 복잡하기만한, 반지의 제왕의 모르도르 같은 문제들도 있다. 그렇다 한들, 그냥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안으로 들어가서 칼 한 번 휘둘러보고 나오려고 한다.
시간 낭비, 돈 낭비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에게 쪽팔리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2018년 11월 2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