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보통 시작할 때부터 끝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끝은 항상 오더라고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사뭇 두렵지만, 또 기대도 됩니다.
그간 수도 없이 방문했고 각각 수백 일 이상씩 일했던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를 마지막으로 찾아가서 오랜 기간 같이 일한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했고 (일정상 인도는 다시 가지 못했다)
이제 종착지인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내일, 동남아에서의 마지막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대만 프로젝트를 마친 후 4개월 단기 계약으로 2010년 8월에 싱가포르에 처음 들어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던 여정을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회사의 제안으로 계약을 두 번 연장했고 아예 눌러 앉으라는 제안까지 수락하여 이곳에서 평생 살 것처럼 일하다가, 약 6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모든 일의 마무리를 짓게 된 것이다.
시작한 바로 그곳에서 끝을 맺는다는 것은 왠지 묘하게 다가온다. 올림픽 마라톤에서 주경기장을 출발했던 선수들이 다시 주경기장으로 들어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 같달까.
떨리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싱가포르 사업장에 처음 출근하던 날을 기억한다. 업무는 물론 영어에도 자신이 없었고, 한국 사람 하나 없는 곳에 혼자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온 것이니 떨림과 걱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일, 마지막 출근을 앞두고 그때 못지않게 긴장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결승선을 보게 된 감격 때문도, 결승선을 통과하고 난 뒤에 펼쳐질 또 다른 인생의 장에 대한 걱정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그저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준 하나의 긴 챕터가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오고 가는 것과 상관없이 회사는 지금껏 그랬듯 잘 돌아갈 것이고, 나는 곧 깨끗하게 잊힐 것이다. 회사를 떠났던 많은 선배들이 잊혀진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 마음과 소감, 그뿐이다.
그러니, 경기장에 남아 박수 치는 관객 하나 없다 하더라도
아무도 내게 메달이나 월계관을 건네주지 않더라도,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으며 결승선에 마지막 한 걸음을 디뎌보도록 하자.
수고했다, 고생했다.
남들은 듣지 못할 목소리로
조용히 되뇌면서 말이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출근일. 은퇴 후 일 좀 그만하고 시골에서 낚시나 하면서 편하게 사는 내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
[2016년 3월 2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