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담고 있던 곳의 가을을 맞이하며 쓴 글입니다. 다행히도 그곳은 겨울을 잘 견뎌냈다죠.
여름 내 푸르던 나무가
가을이 오면 하나둘씩 잎을 노랗게, 붉게 물들였다가
굳이 땅으로 떨어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조량도 부족한 겨울에
오히려 잎을 더 피워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생각을 하지 않고
되려 움츠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여름에 피워낸 꽃과 잎을 모두 유지하고서는
제한된 영양분이 들어오는 겨울을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면,
기꺼이 포기할 것을 골라내어
땅에 떨어뜨려야 한다.
당장은 떨어뜨린 잎이
- 그게 뭔지는 사람마다 조직마다 다르겠으나 -
아깝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올 봄에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
잎은 다시 자라날 것이며,
꽃 피는 아름다운 날도 다시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겨울이 다가오면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한껏 움츠러들어야 한다.
때를 기다리며 무언가를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줄기가 살아남고 뿌리가 살아남아
다시 올 봄을 기약할 수 있다.
[2023년 4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