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일기 쓰는 게 힘들어요

누가 보는 것이 아닌, 그냥 내가 좋아서 쓰는 일기인데 매일매일 쓰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래 글을 쓸 때도, 지금 2026년에도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40년 가까이 써 온 일기장을 매일 저녁이면 습관처럼 펼쳐놓지만,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막막한 날이 많다.
어떤 대단한 사건이 있지 않는 한, 난 그 날의 꽤나 많은 시간을 회사 일에 썼을 것이고, 남는 시간의 일부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포함한 집안일에, 또 다른 일부는 공부와 독서 등 자기관리나 휴식에 썼을 것이기에 일기에 쓸 주제를 찾기가 진정 쉽지 않다.
회사 일에 이벤트가 많기는 하지만 일기에 박제하여 수십 년 뒤에도 볼 정도로 의미 있는 건 별로 없다.
누구누구에게 보고했는데 잘 된 일이나 망친 일?
누구누구와 몇 차까지 회식 하다가 다음 날 숙취로 힘들어 한 일?
누구누구와 미팅하고 어디로 출장 갔던 일들?
일과 중에는 분명 중요한 일이었지만 죽을 때까지 남겨둘 일기에 기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기는 있었던 일을 쓰는 게 아니라 그 날의 생각과 감상을 쓰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뻔한 루틴에 따라 사는 평범한 직장인은 딱히 다른 생각과 감상을 매일 자아내기가 쉽지 않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써보라고? 그런 일기는 어릴 때 질릴 만큼 썼다.
매일 산에 가고 들에 가고 유적지에 가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어제와 다른 경험을 해야 일기에 쓸 거리들도 많아질 텐데 그냥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그저 바쁘게 살다가 끝내는 일이 허다하니 일기를 펼 때마다 서글퍼지는 것이다.
"오늘은 또 뭘 쓰지?"
일기에 쓸 게 별로 없는, 매일 일기 쓰는 삶이란.
아, 오늘은 이 고뇌를 일기에 적어야겠다.
[2023년 4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