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가장 열심히 썼던 때는 군 복무 시절입니다. 제대가 다가올수록 기대를 하기 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 한 기록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말년 휴가 중이다. 제대가 1주일 남은 데다가 더 이상 군인으로서 통과해야 할 관문은 남아 있지 않아서 마음은 벌써 민간인이 된 기분이다.
그러나, 도리어 민간인의 입장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고, 그 하나하나가 군인 신분 때의 과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 보이는지라 고민과 걱정은 제대 날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화요일에 서울에 잠깐 다녀왔었는데 오래간만에 만나는 대학 친구들과의 얘기를 통해 3년 남은 대학에서의 생활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실감하게 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 일기에도 여러 번 적었듯 ‘돈’이다. 등록금, 원서를 포함한 매우 비싼 책값, 3년 전 대비해서 크게 오른 자취비와 식비 등 각종 비용을 과연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론 군대에서 꾸준히 공부를 해오긴 했으나 사회에서 멀어질 대로 멀어진 머리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공 공부를, 몇 살이나 어린 후배들과 잘 해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과는 특히 3학년 1학기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첫 번째 문제에 있어선 일단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후 교수님들을 찾아가 장학금을 부탁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먼저 취하는 동시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최대한 많이 해서 필요한 돈을 충당해야 할 것이고, 두 번째 문제에 있어서는 복학하기 까지 남은 3개월의 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 놓는 것밖에 답이 없어 보인다.
둘 다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오직 철저한 계획과 빈틈없이 짜 맞춰진 행동 일정 등이 지금의 나를 이런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제대를 맞이하여 지난 2년 6개월간의 군생활을 돌이켜보고 되씹어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수정해나가며 더 빠르게, 더 많은 향상을 꾀하는 일이야 말로 지금 나의 가장 큰 의무이자 숙제다.
제대는 또 다른 시작, 그 알림에 불과하고 군대와는 달리 민간인의 하루하루는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2001년 1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