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일 1식 13년의 명암

1일 1식을 시작한 것은 2013년 1월의 일이다. 지금은 평일에만 한 끼를 먹고 있어 완전한 1일 1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13년이라는 꽤나 긴 기간 동안 나름의 루틴을 유지해온 셈이다.
1일 1식을 해야겠다 생각한 것은 동남아 여러 나라를 오가며 근무할 때였다. 당시에는 비행기는 물론,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 택시에서도 늘 노트북을 켜놓고 일을 할 정도로 바빴었기에 점심시간을 매일 한 시간 이상 쓰는 것이 무척이나 아까웠다.
거기다가 내가 돌아다니는 여러 사업장 중 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사실 점심이 맛있지는 않았는데, 외국인인 나와 점심을 먹느라 현지인 직원 여러 명이 매일 고생을 하는 것도 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2012년 겨울, 난생 처음으로 몸무게가 70kg을 넘었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겨 당시 유행하던 1일 1식을 채용, 여기까지 이르렀다. 즉, 다이어트 및 시간 관리를 위해 시작한 셈이다.
당시 일기의 일부이다.
[2013년 2월 7일] 1일 1식 체계로 접어든 지 오늘로 2.5주, 벌써 5~6kg이 빠졌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내가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2013년 3월 20일] 1일 1식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저녁 식사를 간절히 기다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정말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수요일의 현미밥은 24시간 만에 먹는 밥이라서인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었다. 결국 궁핍이 감사를 이끌어낸다는 사소한 진리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3년 3월 31일] 몸무게 59kg을 달성. 50kg대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운동을 해야겠다.
초반에는 성취가 확실했다. 내 삶에서 이렇게까지 극적인 변화를 주는 일을 해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의 변화가 즐겁고 기대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일을 오랜 기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의지란 나이가 들면서 보통 더 물러지는 편이며, 그 의지를 꺾는 일 또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동일한 노력을 들인 일이 동일한 아웃풋을 내지 않게 된다. 예전에 성공했던 방식이 먹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래는 가끔 엇나가긴 해도 기본적으로 평일 1일 1식의 틀을 유지했던 내게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2014년 4월 7일] 이런저런 일이 있다 보니 요즘 제대로 1식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살은 어느새 다시 통통하게 올라와 있다. 몸은 조금만 방심하면 이 모양이다.
[2016년 9월 17일] 여행 때 붙은 살이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한 겹 더 붙었다. 여행과 연휴 때 두 끼 이상 먹었으니 살로 표출되지 않을 리 만무하다. 내일은 아마 더 뚱뚱해질 거다.
[2020년 9월 2일] 몸무게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거 하나 빼지 못하면서 어디 가서 자기 계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겠냐고. 69kg은 좀 심했다.
[2022년 9월 1일] 몸무게가 어느새 70kg가 넘었다. 최근 23시간 단식까지 몇 번 해봤는데 소용이 없다.
[2024년 11월 25일] 몸무게가 80을 찍었다. 생전 처음 보는 숫자다. 예전 1일 1식을 시작하게끔 만든 충격적인 몸무게가 70kg이었는데 그보다 한참은 더 찐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행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 2025년 3월, 85kg까지 올라갔던 몸무게는 나름 피 나는 노력으로 다시 70kg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는 1일 1식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요즘에도 잠깐만 방심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살이 붙는다.
왜 그럴까. 몸이 나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내가 특별한 일 없으면 한 끼만 먹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 한 끼를 먹을 때 최대한 몸에 저장을 해두고, 주말에 두 끼를 먹거나 회식을 하게 되면 이 때다 싶어 예금에 적금까지 가입해 놓는다. 그러고선 평일에 한 끼만 먹는다는 이유로 에너지의 소비를 최대한 통제해버리니 살이 찔 수밖에 없는 것이다.
1일 1식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살이 찌는 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몸은 생각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따른다. 이 녀석은 무척이나 영리하고 영악하다. 지치지도 않는다. 한 번 졌다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와 맞서는 우리의 의지는 나약하고 쉽게 꺾인다. 오늘 굳게 다진 계획이 내일 되면 온데간데없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 둘이 싸우는 데, 그것도 단판 승부도 아니고 평생을 두고 싸우는데 의지가 이길 리 없다.
그러니 내가 1일 1식을 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나를 아래위로 훑으며 물어보는 것이다.
"대체 한 끼를 어떻게 드시길래"
나의 대답이다.
"그러게요”
[2026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