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외 근무 중 가장 힘들었던 나라는 인도였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생경한 환경에 던져져서 꽤나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좋은 성과를 만들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일이 안 풀리는 시기면 한 번쯤 생각나는 인도에서의 경험은, 제 인생의 좌표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외국 나와 산 게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인가. 하지만 인도 프로젝트를 현지에서 진행하는 지금, 다른 나라에 있을 때보다 기력은 떨어지고, 몸은 굼해지면서 뜨스한 한숨이 많아졌으며, 눈의 초점은 희미해지고 살도 무척이나 많이 빠지고 있다. 원인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주7일제의 압박
내가 일하는 인도 푸네 지역은 전력난이 심각하다. 전기가 끊겨 공장이 통째로 서는 일도 더러 발생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전기 사용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합의해서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하루씩 돌아가면서 공장을 쉬게끔 하고 있는데, 우리 공장은 매주 목요일에 쉬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다. 컨설턴트인 나도 이 스케줄을 따라가므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정상출근하고 목요일을 휴일로 삼고 있다. 즉, 주6일제인 것이다.
하지만 인도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나는 목요일에도 쉴 수 없어 호텔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 내 보스도, 각 나라에 있는 내 이해관계자들 모두 목요일에 일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즉, 주7일제인 것이다.
다른 나라에 있을 때도 주말에 일은 안 한 것은 아니나, 그건 어디까지나 잔업 개념으로 한 것일뿐, 공식적인 휴일이 없는 삶이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다.
2.
제한적인 음식
시내에 있는 커다란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가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로 된 식료품은 전혀 구경할 수 없고 한국식당은 물론이고 일식당 중식당도 보기 힘들며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던 신라면이나 스팸마저도 찾기 어렵다.
교민도 사는 곳이니 여기저기 찾아다니면 한국 식료품점이나 식당도 있겠으나 상기한 내 일정상 퇴근시 멤버들과 잠깐 들리는 마트 말고는 식료품을 탐색하러 다니는 게 쉽진 않은 일이다.
회사에서 점심으로 나오는 카레와 자빠띠(인도식 빵)는 맛이 나쁘지 않으나 매일매일 매한가지인 메뉴라 먹는 기쁨 따위 잊은 지 오래고 퇴근 후 저녁메뉴로 카레를 또 먹을 순 없는데 요리재료를 구할 수도 없으니 할 수 없이 냉동식품을 먹거나 설탕 듬뿍 들어간 빵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육체적, 감정적 기력이 쇠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3.
에너지를 흡수하는 사람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인데, 다른 동남아 사람들과 달리 인도 사람들은, 그저 바라보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내 에너지를 상당히 앗아간다.
1대 1로 인터뷰를 하거나 큰 미팅을 하면 순식간에 진이 빠질 정도이다.
독보적으로 알아듣기 힘든 영어 발음, 남의 말을 들으며 수긍할 때 한국과 반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 사람들 특유의 문화(큰 발표라도 하면, 수십 명이 나를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장경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는 아니지만 몇몇이 발산해 내는, 한국인에게는 따끔할 정도로 진한 체취까지. 모두 내가 계속 에너지를 부어 넣어야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적응을 잘 하는 타입이라 자부해왔었는데 여기는 쉽지 않다.
절대적인 휴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양공급이 여의치 않고, 상대적으로 에너지는 더 많이 소비되니 몸과 마음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9월, 프로젝트는 연말까지 이어지니, 결국 내가 적응하고 이겨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또한 긴 발치로 보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2011년 9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