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대만에서 근무할 때 쓴 이 글을 꺼내며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됩니다. 여전히 저의 ‘말 곱하기’는 x1.0이 채 안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1최근 아주 중요한 영어 발표가 있었는데, 배꼽이 등짝으로 돌아갈 정도로 자료를 열심히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말을 썩 잘하지 못하였다. 준비한 것을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 발표 자료를 귀에 난 솜털만큼이라도 더 좋게 내보내기 위해 며칠 밤을 야근하며 고생한 것이 죄다 허망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말'이란 것은 최종결과를 산출함에 있어 가장 마지막에 적용되는 일종의 ‘곱하기’와 다름없다.
내가 90점 정도 되는 자료를 만들었다고 치자. 이걸 그대로 메일로 전달한다거나 프린팅해서 줘버린다면 90점이 있는 그대로 전해지겠지만, 사람들을 모아놓고 발표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을 하게 된다면 자료가 아닌 말하기에 따라 최종 점수가 결정된다.
그럭저럭 곧이곧대로 내용을 잘 전달하면 x1.0, 그냥 90점이다. 더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말이라는 건 절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말이 툭 나올 수도 있고,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도 어려운 데다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들어오면 임기응변의 말솜씨까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발표 자리에서 벌벌 떨거나, 불필요하게 오버하여 분위기를 망치기도 하고, 타고난 말발에 기대어 좌중을 휘어 잡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결과물은 대부분 안정적인 x1.0로 전달되지 않는다. 발표를 x1.3 정도로 잘해버린다면, 90x1.3이니까 117점. 준비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지만 말을 x0.5 정도로 망쳐버린다면 애써 만든 자료가 45점 정도로 전해지게 된다. 나의 이번 발표가 그러했다.
나는 2003년에는 스피치 학원을, 2005년에는 언어 센터까지 다니면서 이 ‘말 곱하기’를 올려보려 노력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평균 1.0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의 속도도, 발성도, 발음도 개선할 점이 많고, 오히려 발표 때보다 일상대화에서 말주변이 떨어진다. 말이 나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니 나의 말만 듣다가 문성닷컴에 처음 들어온 후 나를 다르게 봤다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겠지.
말이 나의 생각과 노력, 나아가 나의 성과나 인생보다 더 나아갈 수 있게 — 아니, 그것까지는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 최소한 나의 생각과 노력, 성과와 인생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더 애를 써야 할 일이다.
말 곱하기 x1.0 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0년 4월 23일]
